개인적으로 구마모토를 여행하며 가장 기대했던 일정이 산토리 맥주공장 투어였다. 대기업의 맥주 생산 공정과 시설을 견학하는데다 신선한 맥주를 무료로 마실 수 있다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구마모토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30분 남짓 이동했다, 한적한 주택가와 논밭을 한참동안 지나쳐가다 보면 시내에서 떨어진 드넓고 외진 곳에 거대한 공장이 들어서 있다.



버스가 도착한 후 30분 정도 지나 가이드의 자기소개와 함께 투어가 시작되었다. 한 번의 투어에 10명 남짓한 인원이 모였는데, 대만, 체코에서 견학 온 사람도 있었다.





산토리라는 대기업이 어떤 공정과 설비로 맥주나 음료를 생산하는지 상세히 알 수 있었다. 천연수를 하나의 우선적인 키워드로 내세우며 깨끗하고 맑은 산토리 제품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부터 시작해 맥아와 홉 등 재료들과 거대한 당화, 발효조, 파이프라인, 공장 밖의 거대한 숙성고, 포장설비까지 눈으로 직접 보고 마주한 감상은 공장을 견학한 고객이라면 산토리의 제품만을 고집하지 않을까 하는 대기업의 맑은 자신감이었다.



공장 설비 견학을 뒤로 하고 고대하던 맥주를 맛볼 차례였다. 간단한 과자와 세 종류의 맥주를 전문 탭스터 분들이 따라주시는데, 크림같은 거품을 위해 잔에 넘치게 따른 뒤 약간 버리고 다시 채우는게 굉장히 세심하고 정성스럽게 느껴졌다. 국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는 다른 대기업 라거들과 비교해 확실히 프리미엄 라인업에 속해있는 풍부하고 꽉 찬, 그렇다고 해서 특별하거나 모난 점이 있지도 않은 좋은 라거 맥주라고 느꼈다. '카오루 에일'은 향기나는 에일이라는 뜻인데, 라거에 비해 향미가 진하고 풍부한 에일임을 강조하는 듯 하다. 뜻 밖의 선물을 받은 듯 별 기대 없이 마신 카오루 에일은 놀랍도록 맛있었다. 1842년 체코의 풀젠에서 필스너 라거가 발명된 이후로 세계의 맥주시장은 에일이 아닌 라거가 휩쓸었다. 부드럽고 깔끔해 마시기 쉽다는 장점이 그 이유였다. 이후 더 깔끔한 맛과 단가의 절약을 위해 점점 맥아의 비율이 내려가고 쌀과 옥수수 같은 부가물의 함량이 높아지는 오늘날에야 에일은 특유의 진한 향과 맛으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맥주에 마음을 빼앗긴 가장 큰 이유는 밍밍한 부가물 라거에 질린 동시에 넘기기 부담스러운 진한 맛의 에일이 거북한 사람들이 아낌없이 사랑할 만한 라거의 장점과 에일의 장점만을 가져와 만든 훌륭한 맥주의 지향점이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 놀라운 맥주는 국내에서 가을이나 겨울쯤에 만나볼 수 있으니 맥주를 사랑한다면 꼭 한 번 접해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마스터즈 드림'은 프리미엄 몰츠의 강화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기대를 좀 해서 그런지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프리미엄 몰츠가 심심하다면 찾아볼만한 좀더 진한 라거 맥주였다.


즐거운 투어를 마친 뒤 기념품 샵에서 전용 잔과 맥주 약간을 구매했다. 셔틀버스에 올라 구마모토역에 도착할 때까지도 기분좋은 취기가 이어졌다. 구마모토에 온다면 꼭 한 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당신이 맥주 애호가라면 더더욱.